<박영출기자의 술 이야기>조선시대 `생쌀 발효법` 재현
(::국순당, 지난해에만 8800만병 1330억어치 팔아::)
조선 중기의 학자, 어숙권은 1638년 인조의 왕명을 받아 ‘고사 촬요(故事撮要)’라는 생활백과서적을 편찬했다. 이 책에는 당시 에 마셨던 온갖 술의 종류와 제조법이 소개돼 있다. 그 중 하나 가 백하주(白霞酒)다. 술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는 옛 문헌에 거 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술이다.
고사촬요는 백하주의 제조법에 대해 “백미 한되를 갈아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 세 병을 쳐서 식은 뒤에 누룩가루 한되와 주모 한되를 섞어 독에 넣었다”고 적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주는 쌀 로 빚지만 생쌀이 아니라 고두밥이다. 그러나 백하주는 백미를 갈아서 사용했다.
해방 이후 일부 도가에서 백하주를 복원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 이 실패했다. 고두밥이 아닌 생쌀은 발효되지 않고 부패했기 때 문이다. 생쌀 발효법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배상면 국순당 회장 이다. 비밀은 누룩에 있었다. 평생 전통주를 만들었던 그의 호는 ‘또 누룩’이란 뜻 우곡(又麥+曲)이다. 누룩에 대한 그의 애착 을 보여준다.
누룩은 밀을 빻아 물과 섞은 다음 다져서 만든다. 이를 말리면 공기중의 곰팡이가 누룩에 붙어 번식한다. 곰팡이는 고두밥을 포 도당으로 만들고, 효모가 이를 다시 알코올로 분해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누룩 곰팡이는 생쌀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생쌀을 발효시킬 수 있는 곰팡이는 ‘라이조푸스(rhizopus) KSD ’로 국순당이 특허받은 균이다.
배 회장은 82년 초반 생쌀을 발효시키는 누룩을 개발했고, 88년 5월에 현미를 사용해 ‘이조흑주’를 만들었다. 이 술은 인기를 끌지 못했고, 국순당은 92년5월 찹쌀과 감초·인삼·오미자·구 기자 등 10가지 한약재로 넣은 ‘백세주’를 내놓았다. 백세주는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나오는 전설 속의 술이다.
생쌀로 빚은 술은 열을 가하지 않아 비타민 B군이 살아있고, 아 미노산이 풍부하다고 한다. 또 고두밥으로 만든 술과는 맛이나 향도 다르다. 지난해 판매된 백세주는 8880만병, 금액으로는 133 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박영출기자e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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