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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통술박물관

제34부 과하주

과하주



과하주는 혼양주의 하나이다. 혼양주란 곡물 등을 발효시켜 만든 술에 증류주를 부어 만드는 것이다. 약주, 막걸리 등에 소주 등을 부어 발효시킨 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하주는 왜 빚게 되었을까?

날씨가 뜨거워지면 발효주는 빚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보관은 더 어렵게 된다. 발효주는 아무리 높은 도수를 낸다해도 20도를 넘기가 어렵다. 이렇듯 20도가 안 되는 술은 기온이 높아지면 술에 있는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 기존의 술맛을 잃는다.

거기에 더해 약주는 기온이 높아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는 약주 속의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뿐더러 차갑게 마시기 어려워 약주 특유의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맛이나 보관의 문제를 해결한 술이 혼양주이다. 혼양주는 발효주에 증류주를 부어 도수를 높여 산패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여름에도 약주 특유의 구수하고 향긋한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한 술을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과하주(過夏酒)의 의미는 산패의 계절 여름에도 변하지 않는 술을 뜻한다. 또는 봄에 빚어 여름에 마실 수 있는 술을 말하거나 과하주를 마시고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의미에서 지어진 술 이름이다.

과하주는 조선 후기에 널리 빚어진 술이며 문헌에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과하주를 빚는 법을 수록하고 있는 문헌에는 <산림경제>, <규곤시의방>, <역주방문>, <규합총서>, <주방문>, <부인필지> 등이 있으며 춘향전이나 흥부전에도 과하주가 등장한다.

1849년, 홍석모가 조선의 세시풍속이나 문화를 정리한 <동국세시기> 3월편에는 '술집에서 과하주를 빚어 판다' 고 적고 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경성과하주를 좋게 평했으며 순천의 낙안읍성에는 사삼주와 더불어 과하주의 일종인 강하주가 유명하였다.

일제의 조선주조사에는 과하주 편을 따로 두어 과하주를 빚는 실태와 제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상품화된 과하주는 김천의 과하주가 있다. 김천의 과하주는 경북의 도지정문화재 지정을 받아 현재 알콜 도수 23도의 술을 빚고 있다.

전주의 과하주는 장군주라 하여 언양김씨 문중에서 13대에 걸쳐 제조비법이 내려오고 있다. 임진왜란 때의 명장 김천일 장군은 몸이 허약하여 자리에 눕는 일이 많았으나 과하주를 장기 복용하여 몸이 건강해지고 임진왜란 때 큰공을 세웠다고 한다. 전북도지정문화재로 한때 상품화하여 시중에서 술을 구할 수 있었으나 경영난으로 지금은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과하주를 빚는 방법은 문헌에 따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밑술을 죽으로 쑤거나 고두밥을 쓰는 차이 등이 있다. 또는 소주를 붓는 양이나 덧술을 찹쌀로 하는지 멥쌀로 하는 지의 차이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곡식을 써서 술을 발효시키고 거기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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