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취하여라. 술로 노래로 사랑으로. 또는 네가 좋아하는 모든 것으로”라고 노래했다지만 마냥 취하기만 했다가는 뒷감당이 어려운 세상이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이 전국에 휘몰아치는 가운데 술 시장 또한 웰빙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
건강에 좋다면서 웰빙을 강조하는 술들을 알아본다.
▽몸에 좋은 술은 역시 전통주=현재 국내 전통주 브랜드는 100개 이상. 올해 전통주 시장은 3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통주 시장의 선두주자는 국순당의 ‘백세주’. 1992년 출시된 백세주는 ‘생쌀발효법’에 구기자, 오미자, 인삼 등 10가지 한약재를 넣어 건강을 돕는다는 제품이다.
‘생쌀발효법’은 국순당 배상면 회장이 조선시대까지 대표적 전통주였던 백하주 제조방법을 복원해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를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해 주조한다.
국순당은 최근 삼겹살 전용주 ‘삼겹살에 메밀한잔’도 내놓았다. 개발단계부터 삼겹살과 궁합을 맞춰 개발한 기능성 약주. 콜레스테롤을 낮췄으며 고혈압, 동맥경화 치료에 이용되는 루틴이라는 비타민 성분이 많은 메밀을 넣었다.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사장은 배상면 회장의 아들이며 국순당 배중호 사장의 동생. 96년 산사나무 과실과 산수유를 원료로 ‘산사춘외환’을 출시하며 백세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산사춘 역시 ‘생쌀발효법’으로 저온 장기 숙성하며 산사, 산수유의 기능성 성분들이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산사춘은 지난해 말 알코올 도수를 13도에서 14도로 올렸다. 14∼16도가 당도, 산도 등이 가장 맛있는 상태라는 것.
진로는 약초술 ‘천국’을 리뉴얼해 이달 새로 내놓았다. 천국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불로장생수 ‘국화수’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제품으로 국화를 우려낸 맑은 물에 14가지 약초를 다려서 내린 약초술이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단맛을 줄이고 더욱 깨끗한 맛이 나도록 했으며 은은한 국화향이 우러나도록 향을 대폭 개선했다.
보해의 ‘매취순’은 대표적인 매실주. 90년에 나온 매취순은 이달부터 새 상표와 디자인으로 바꾸고 미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주도 도수 낮춰 ‘웰빙’=올 들어 소주 업계는 일제히 알코올도수를 22도에서 21도로 낮췄다. 소주 업계 선두 진로는 지난달 알코올도수를 21도로 낮춘 ‘참진이슬로’를 내놨으며 두산주류BG도 21도 소주 ‘산’의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실제 지난 한 세기 한국의 소주 시장은 35도 증류식 소주에서 시작해 21도까지 꾸준히 도수를 낮춰 온 역사였다. 1920년대 초창기 국내소주는 35도의 증류식 소주로 출발했다. 이것이 65년에 이르러서야 알코올 도수 30%의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다. 73년 진로가 25도로 도수를 한꺼번에 5도 낮췄고 그 뒤 20년 이상 한국 소주를 대표한 것이 25도 소주이다.
음주 문화가 바뀌는 데는 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성과 비교적 가벼운 술을 찾는 남성 소비자가 소주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적으로 성별에 따른 음주 편견이 적어졌다. 또 과거에는 노동으로부터의 일탈, 스트레스 해소 등이 술을 마시는 주요인이었지만 대화와 술 마시며 느끼는 연대감, 생활 재충전 등 인간적인 욕구가 떠오르면서 만취형 술자리가 줄게 됐다는 것.
소비자 취향이 변함에 따라 소주 도수도 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 21도까지 꾸준히 낮아져 왔다.
도수 낮은 소주가 더 ‘웰빙’스러운 음주문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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