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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허시명의 술빚는 마을을 찾아서>종가며느리 깊은 손맛

웰빙의 시대다. 여행지에서도 맛있는 것보다도, 몸에 좋은 것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다고 하여 건강음식 보신음식을 찾는다는 것은 아니다. 얄상한 입맛을 만족시키는 잘 감미된 음식보다도, 믿을 만한 재료로 정직하게 손맛을낸 음식에 끌리는 세상이란 소리다.



냉동되지 않고 방부제 처리되지 않고 싱싱한 것을 먹으려면, 우리 땅에서 난 것을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웰빙 바람은 우리 농축수산물엔 훈풍이다. 그런데 유독 그 훈풍을 타지못하는 게 있다. 우리 술이다. 사람들은 흔히 양주나 와인을 우리 전통술보다 훨씬 윗길로 본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맛 때문이라고? 아니다. 술도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찌 철갑판 배의 컨테이너에 한두달씩 실려서뜨거운 적도를 넘어 기진맥진 도달한 외국술에 견주겠는가.물론 양주나 와인에 대한 정보와 광고는 많지만, 우리 술에 대한정보는 적기 때문에 맛보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이유라면, 이 자리에서 새 정보 하나를 털어놓겠다. 경상남도 합천호 가에 가면 고가송주(古家松酒)가 있다. 오래된집에서 빚는 솔잎술이라는 뜻이다. 술빛은 쩡한 황금빛이다. 그래서 본디 황금주(黃金酒)였다. 그런데 경주에서 황금주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술이 있어서, 고가송주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고가송주를 빚는 집은 합천군 대병면 역평리의 송씨 고가다. 송씨 고가에는 민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객사(客舍)가 있다. 정면 4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의 누각인 사의정(四宜亭)은1890년에 송종만 4형제가 우의를 다지기 위해 지었다. 안채와사랑채는 1866년에 지어진 건물로, 객사와 더불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원래 송씨 고가는 1km 떨어진 산아래 마을에 있었는데,수몰 지역이 되면서 1986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송씨 고가에서는 큰며느리인 윤광주(68)씨가 아들인 송건영(49)씨와 함께 술을 빚고, 음식점도 운영한다. 음식점은 1990년부터시작했다. 그 무렵 윤씨에게 식당을 하라고 북돋워준 한 법학 교수가 있었다.



“장사할라카믄 집안 어른들께 물어봐야 합니더”라는 윤씨의 말에, 그 교수는 “어른한테 배운 것을 어른 돌아가신 뒤에도 안버리고 고대로 간직하고 솜씨 발휘하면 그게 효부(孝婦)라, 술이고 음식이고 고대로 해라, 효부가 따로 없다”며 독려했다.



그래서 큰며느리 윤씨는 집안 손님 대접하던 상차림을 그대로 식단으로 올렸다. 십여가지 재료로 우려낸 국물에 담은 메밀묵채와사찰에서 만들던 방식의 제포두부, 팥잎을 다져 된장에 무친 나물, 찹쌀고추장 등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손수해낸다. 거기다가 고가송주까지 있으니, 송씨 고가는 큰 손님을 치르는 대갓집처럼 늘 분주하다.



내가 찾아간 이른 아침에도 송씨 고가에서는 고가송주를 빚기 위해, 찹쌀죽을 끓이느라 부산했다. 고가송주는 찹쌀, 솔잎, 누룩으로 빚는다. 빚는 방법은 두 단계로 나뉘는데, 처음에 찹쌀 50되를 죽 끓여서 식힌 다음에 누룩 25되와 버무려 4일 발효시켜밑술을 만든다. 이 밑술에 찹쌀고두밥 6가마(300되) 분량을 쪄서,누룩 25되와 함께 넣고 덧술을 잡는다. 덧술을 2달 동안 저온 발효시키면 술이 완성된다.



아주 간단하게 술 빚는 법을 설명했지만, 가마솥에 50되 죽을 끓이는 것만으로도 사람 진이 다 빠지는 일이다. 큰 가마솥에서는한번에 찹쌀 8되의 죽을 끓일 수 있으니, 50되를 끓이려면 6번은끓여내야 한다. 솔잎을 넣고 찹쌀 고두밥 300되를 하려면, 한솥에 20되를 찔 수 있으니 15번을 쪄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송씨 고가에서는 장작불 지펴 가마솥에서 끓이고 쪄낸다. 고두밥을 찌려면 마당에 솥을 하나 더 걸고, 이틀 동안 장작불을 지펴대야 한다. 죽은 눌지 않게 옆에 붙어서서 저어야 하니, 얼굴이벌겋게 달아오르고 어깨가 빠질 지경이 된다.



이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편키하지, 뭘라 골병들고 언지까지 그리할끼고”라며 나무란다. 아침마다 제포두부 걸러내고,메밀묵 직접 쑤니 골병들 지경이지만, 그래도 윤씨는 종갓집 큰며느리 “책임 완수하겠다”며 살아가는 그 사명감으로 손님상을차려낸다.



고가송주의 미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60일 동안의 저온발효가 인상적이다. 통상 발효주는 15∼20일 정도면 완성되니,발효 기간이 3배는 긴 셈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직도 용수(대오리로 만든 술 거르는 채)를박아 술을 거른다는 점이다. 고가송주는 죽을 쑬 때 사용하는 물말고, 달리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로 덧술을 하고 나면 빡빡해진다. 이 때문에 술 용기 속에 미리 용수를 박아놓고, 그 둘레에 술밥을 담는 밀양 방문주와 동일한 제조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일주일쯤 지나면 술밥이 뽀그락뽀그락거리면서 용수 안으로 술이 괴기 시작한다.



물이 적게 들어가고, 발효 기간이 길지만 고가송주는 12도로 술도수가 낮다. 따로 감미하는 것 없고, 향료를 넣는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찹쌀과 솔잎과 누룩의 맛에 손맛과 세월의 맛을 더한것뿐이다.



오래 발효시켜서인지, 술맛은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하다. 냄새는 달고, 맛은 구수하다. 신맛은 입에 퍼지지 않고 혀 끝에 간들간들 맺힌다. 단맛은 물리지 않고 끈적이지 않고 오래 고아진 당분 맛이다. 누룩내가 나는데 술맛을 확 잡아내리지 않고, 마치캡슐 속에 담긴 것처럼 술맛 속에 실려 있다. 술 도수가 낮은데도 술은 가볍지 않다.



송씨 집안 큰며느리의 정성과 손맛이 녹아들지 않고서는 성취될수 없는, 합천호 산천의 기운이 담긴, 송씨 고가의 범절이 담긴술이다. 어찌 이 술 한 병을 양주 한 병과 바꾸겠는가.soolstory@empal.com




발췌-문화일보 2004-03-04 10:2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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